프랑스 대통령 선거분석: 극우의 확산과 SNS

<아래의 글은 ‘슬로우뉴스‘에 실린 글입니다.>

지난 4월 22일 일요일에 있었던 프랑스 대통령선거 결과에는 조직화되지 못한 유권자의 분노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또한 페이스북과 트위터은 프랑스 대통령선거법과 관련된 새로운 도전을 제시하고 있다. 프랑스 대통령선거의 흥미로운 결과를 분석해 보자.

<4월 22일 프랑스 대선 결과: 출처 리베라시옹Libération>

선거 결과의 첫 번째 특징은 사회당의 올랑드(François Hollande) 후보가 28.63%를 득표해 27.18%를 얻은 우파 대중운동연합의 현 대통령 사르코지(Nicolas Sarkozy) 후보를 약 1.5% 정도 앞섰다는 점이다. 그러나 선거 이전부터 올랑드 후보가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일렬의 여론조사 결과가 서구언론을 통해 보도되었기 때문에 그의 승리는 사실 큰 놀라움이 되지 못한다. 이번 1차 선거에서 매력없고 지루하기까지 한 사회당 올랑드 후보가 1위를 차지함에 따라 프랑스에는 사회당 출신 대통령이 1995년 이후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1차투표에서 1위한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승리하는 전통도 작지않은 역할을 하겠지만 ‘내가 제일 잘났다’는 이미지를 가진 사르코지 현 대통령 진영에서 이번 선거에서 표출된 프랑스 유권자의 분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능력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특징은 총 17.9%의 표-약 640만 표-를 얻어 3위를 차지한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 펜(Marine Le Pen) 후보의 상상을 초월하는 높은 득표율이다. 더불어 좌파대중주의를 대표하는 장 뤽 멜랑숑(Jean-Luc Mélenchon) 후보의 예상 밖의 선전이다. 특히 마린 르 펜 후보가 얻은 이번 결과는 2002년 프랑스 대선에서 그녀의 아버지 장마리 르 펜(Jean-Marie Le Pen)이 얻은 16.86%를 뛰어넘은 결과다.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한 때 프랑스 경제를 이끌었으나 이제는 망해버린 프랑스 남부지역에 거주하는 실업자와 도시 빈민이 아버지 르 펜의 지지층이었다면 마린 르 펜은 프랑스 전역에서 빈민층과 저소득층의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위의 그림 출처인 프랑스 좌파 일간지 ‘리베라시옹’ 에서 마린 르 펜의 전국적인 지지를 확인할 수 있다. 2002년 당시 유럽의 언론들이 프랑스의 극우화를 우려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던 기억을 상기한다면 프랑스 저소득층 사이에서 극우파가 일시적 지지가 아니라 지속성을 갖는 정치세력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여기서 오늘 5월 6일에 있을 프랑스 대통령 결선투표에서 사르코지 후보가 극우파의 지지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예측할 수 있다. 마린 르 펜 후보를 지지했던 프랑스 빈민층 및 저소득층이 ‘부자를 위한 대통령’, ‘권력, 돈, 여자(카를라 브루니)를 모두 얻은 마초 엘리트’의 상징 사르코지 후보를 쉽게 지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 처럼 이번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프랑스민주주의 연맹UDF’를 지지했던 중간층(-9.44%)과 ‘대중운동연합UMP’를 지지했던 전통 보수층(-4%)이 이 양 극단의 마린 르 펜 후보와 장 뤽 멜랑숑 후보 지지로 양분되고 있다. 또한 주류 정치세력인 ‘대중운동연합UMP’와 ‘사회당PS’ 각각은 마치 비주류 정치세력인 ‘민족전선FN’과 ‘좌파전선FDG’ 연합에 앞도당하고 있는 모양세다. 위의 그림 <4월 22일 프랑스 대선 결과: 출처 리베라시옹Libération> 의 출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프랑스 총 95개 선거구 중 15개 선거구에서 마린 르 펜이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고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은 마린 르 펜이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과 함께 현재 프랑스 사회의 갈등지점과 사회당 및 집권 사르코지 정부의 무능력을 반증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올랑드 후보가 사회당의 경제정책, 사회정책 등으로 사회당 지지세력의 외연을 확장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2007년과 2012년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1비교>

이번 4월 22일 선거의 세 번째 특징은 80%에 가까운 매우 놀라운 수준의 투표 참여율이다. 물론 이는 지난 2007년 1차 대선 투표에서 나타난 83.77%보다 다소 낮은 수치다. 2007년에 나타난 투표 참여현상을 일시적으로 볼 수 없는 연속성이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되었다. 도대체 무엇으로 이러한 높은 참여율을 설명할  수 있을까? 약 9.7% 이르는 높은 실업율(출처)과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구매력(출처) 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시말해 사회빈곤층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재 프랑스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고, 이는 지난 5년간 집권한 사르코지 대통령에 대한 불신, 경제자유주의자(UDF)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대통령 선거에서 나타난 80%가 넘는 투표 참여율은 프랑스 유권자의 높은 정치의식보다는 불신을 넘어 분노에 가까운 민심으로 설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프랑스 대통령선거의 특징은 SNS를 중심으로 변화한 미디어 환경과 낡은 프랑스 선거법 사이의 정면충돌이다. 프랑스의 투표소는 농촌지역 등 저녁 6시30분에 투표를 마감하는 곳이 있고 대도시 등 저녁 8시에 투표를 마감하는 투표소로 나뉜다. 프랑스 선거관리위원회(CNCCEP)는 저녁 8시 이전 출구조사 등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저널리스트 모랑디니(Jean-Marc Morandini)는 2007년 대선 1차 투표일 저녁 6시에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출구조사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위협하였고 지난 22일에도 저녁 6시에 예측결과를 공개하지 못하게 하는 프랑스 선거법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투표일 하루 동안 마치 외국(언론)과 인터넷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프랑스 선관위는 생각하고 있다. 이는 우스깡스러운 일이다”(출처)라고 주장하며 프랑스 선거법이 적용되지 않는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스위스, 모로코 ,알제리 등의 언론이 저녁 6시에 선거 출구조사를 발표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의 말처럼 이미 2007년 프랑스어권 스위스 방송사 RTS는 저녁 6시에 출구조사를 발표하였고, 이번 22일에도 저녁 8시 이전에 선거결과 예측방송을 진행하였다. 또한, ‘리베라시옹’은 저녁 8시 이전에 출구조사결과 발표를 금지한 현행 프랑스 선거법을 강력하게 비판하며(출처보기) 저녁 6시 15분부터 결과예측 보도를 시작하였다.

문제는 지난 2007년과 현재의 달라진 미디어 환경이다. 트위터 프랑스 사용자가 현재 5백만 명을 넘어서고 있으며(출처), 페이스북 프랑스 사용자는 약 2400만  명에 이르고 있다(출처). 가정해보자. 저녁 6시 사르코지 후보가 올랑드 후보에 뒤지고 있다는 예측보도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빠르게 확산된다. 다급해진 사르코지 후보의 잠재적 지지자들이 막판 투표에 대거 참여한다.  그리고 사르코지 후보 지지자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최종 결과가 바뀌었다면 프랑스 사회는 현재 어떻게 되었을까? 일반적으로 출구조사 결과는 발표 2시간 이전에 방송사에 전달된다. 발표방송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예측 결과가 방송사, 언론사 또는 후보진영에 의해 투표마감 이전에 공개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아니 필요한 일일까? 이렇게 선거법과 관련된 흥미로운 논쟁이 한국사회 뿐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파리에 있는 정치 엘리트 집단”을 직접 공격한 프랑스 극우 ‘민족전선NF’의 강력한 도전에 무능한 기존 정치세력. 화려한 80% 투표 참여율 뒤에 숨겨진 이번 프랑스 대통령선거 1차투표의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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