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혁신을 위한 5개 테제

아래는 지금까지 베를린로그를 통한 고민, 블로거와 종이 신문사에서 일하고 있는 기자와의 논쟁에서 얻은 성찰 그리고 어려운 조건에서도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고 있는 다양한 온라인 편집인, 기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느낀 그들의 열정을 ‘저널리즘 혁신을 위한 5개 테제’로 정리한 것이다.

아직 테제를 정리하기에 (한국) 저널리즘과 저널리즘 비즈니스에 대한 본인의 이해도와 경험 깊이는 턱없이 모자란다. 그러나 점차 몰락해가는 신문산업을 안타까워하며 새로운 출구를 찾기 위해 떨리는 손으로 오늘도 읽고 보고 쓰고 조사하고 연결하고 새롭운 구성을 시도하는 많은 이들에게 보내는 작은 연대의 손길로, 저널리즘 미래에 대한 논쟁 초대장으로 아래의 테제를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1. 아날로그 저널리즘의 시대는 끝났다. 그리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아날로그 미디어가 빠르게 힘을 잃어가고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미 그 자체가 매우 진부하다. 그러나 곳곳에서 그리고 드물지 않게 미디어의 질/품격(quality)과 전달체-예: 종이신문- 사이에 인과관계(causality)가 존재한다는 입장을 담은 글을 만날 수 있다. 미디어 내용과 전달체를 불가분의 관계로 보는 이러한 주장은 LP에 또는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된 음악이 디지털 음악보다 훌륭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논리적으로 동일하다. 이렇게 ‘특정 전달체’를 옹호하는 주장은 아날로그 매체에 오랫동안 종사한 기자 또는 아날로그 매체에 종사하는 것을 통해 자신의 경제적 지위를 유지, 확대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기자 초년생에게서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그러나 ‘하나의 특정 전달체’를 옹호하는 것은 결국 ‘다른 전달체-예: 온라인-’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한국 온라인 저널리즘이 시작된지 15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온라인 편집국 출신이 언론사 전체-다시말해 종이신문-의 편집국장이 된 사례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것, 잘못된 인식에서 오는 차별구조 때문이다. ‘기수 중심’의 언론사 조직 문화 또한 차별구조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이러한 조직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특정 전달체-종이-’에 대한 물신은 사라지지 않는다.

 

2. 비판적 온라인 커뮤니티와의 접점을 통해 저널리즘은 존재한다.

저널리즘 미래는 온라인에서 구현될 것이다. 저널리즘이 제4의 권력(the fourth estate)으로 인정받아 왔다면, 비판적 온라인 커뮤니티는 제5의 권력이다. 모든 시민이 온라인을 통해 공적인 목소리 내고 있다. 대학교 졸업장과 무관한 사람들이 전문가로서 위키피디아에 참여하고, 방송허가를 받지 않은 사용자들이 유튜브를 통해 동영상을 제작, 유통시키고 있다. 블로거는 편집국이란 조직과 무관하게 자신의 관심/전문 분야에서 글을 쓰며 블로그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 이른바 아마추어 사용자가 전문 기자들과 경쟁하는 상황 또한 자주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고 저널리즘이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공적 생산구조 및 소통구조의 ‘하부’에 속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빠른 시간내로 저널리즘과 위의 새로운 형태와의 구분이 사라질 것이다. 철저하고 깔끔한 조사능력, 주관적이나 투명한 글, 주요 소재를 선별하는 식견 등 지금까지 보여준 저널리즘의 긍정적 측면은 앞으로도 더욱 필요하다. 전문 능력과 지식을 갖춘 기자 그리고 현명한 기자는 앞으로 블로그라는 매력적인 표현수단 및 네트워크수단을 자기 것으로 만들 것이다. 전문 기자가 블로그를 통해 비판적 온라인 커뮤니티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고 그리고 그 안에서 기자가 영감을 받게될 때 비로소 양질의 저널리즘은 다시 꽃을 피울 수 있다. 기자가 거대한 윤전기, 막대한 비용이 드는 종이신문 유통체계 그리고 술과 학연으로 얽히고설킨 출입처 관계망을 벗어던지고 온라인 네트워크의 바다에 뛰어들 때 비로소 새로운 저널리즘은 시작될 수 있다.

 

3. 신규 투자와 경제적 위험을 감수할 용기가 없다면 양질의 저널리즘도 없다.

많은 이들이 ‘온라인 뉴스 사업은 돈만 들지, 이를 통해 기자가 먹고 살만한 충분한 돈을 벌어들이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가능한 모든 것을 다 시도해 본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유효했던 종이신문의 비즈니스 모델을 조금 변형한 일렬의 실험을 해보았을 뿐이다. 더욱이 성인사이트를 방불케 하는 온라인 한겨레를 볼 때면 이러한 실험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뉴스에 대한 사용자의 지불의사가 온라인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다. 온라인 사용자가 갑자기 도덕성을 상실하고 공짜만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정확하게는 뉴스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온라인에서 크게 변화하였다. 음악산업에서 앨범 판매가 크게 줄어든 것 처럼-앨범 판매의 경제적 의미는 사실상 사라졌다-, 뉴스 및 기사를 묶음(bundling)으로 공급 및 판매하는 것은 온라인에서 불가능에 가깝다. 소비자가 앨범을 구매하지 않는다고 음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사라진 것이 아니듯 뉴스 및 기사에 대한 소비는 여전히 존재한다. 열성적인 팬을 예외로 한다면 앨범 전체 중 좋아하는 곡 수가 반 정도 수준일 때 해당 앨범을 사는 일은 이제 없다. 저널리즘의 생산물이 시장에 다른 방식-원자화-으로 공급되고 있으며, 클릭 몇 번이면 또는 좋은 관계망을 구축하고 있으면 쉽게 대체재를 찾을 수 있는 치열한 공급자 경쟁이 일반화되고 있다. 양질의 저널리즘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공급과 소비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새로운 시장이 출현한 것이다. 다만 이를 고려한 새로운 저널리즘 비즈니스 모델이 아직 성숙하지 못한 것이 문제이다.

온라인 저널리즘은 신문 저널리즘과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요구한다. 안타깝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정답은 없다. 그러나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다양한 시도들은 세계 곳곳에 있다. 사단법인 형태의 ProPublica 또는 사회적으로 주요한 이슈에 대한 조사 비용을 시민기금(crowdfunding)을 통해 마련하는 Spot.us는 시장규모가 큰 미국에서만 작동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니다. 일반뉴스와 연애기사의 편집조직을 독립적으로 따로 구성하고 서로 구별되는 비용구조 및 매출구조를 만들어 경제적으로 크게 성공한 영국의 DailyMail은 연애기사의 트래픽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 온라인 저널리즘이 배워야할 선례이다(참조기사).

(1) 저널리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혁신, (2) 경제적 위험을 감수할 용기, 공급을 통해 어떻게 이윤을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보다는 (3) 저널리즘에 대한 수요가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필요하다.

 

4. 큐레이터(curator)가 기자의 미래상이다.

기자는 몸에 배어있는 종이신문을 보는 습관을 의식적으로 고쳐야 한다. 종이신문을 통해 자신의 기사를 확인하는 것은 ‘기사의 생산자’로서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 행위가 ‘기획자(curator)’로서의 자신의 과제를 잊게한다.

훌륭한 기자의 두 번째 자질은 소비를 창출할 기사의 소재를 ‘선별’하는 능력이다. 기사 제목을 잘 뽑는 기자, 저널리즘의 수요를 정확하게 읽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종이신문의 선별은 언제나 ‘다수 대중(mass)’을 고려한 선별이다. 이 선별논리를 온라인에 적용하다 보니 ‘클릭의 늪’에 빠져 버린 것이다. 해결책의 실마리는 1979년에 세상의 빛을 본 영화 “브라이언의 삶(life of Brian)”에서 찾을 수 있다. 잠시 아래 동영상 30초 쯤부터 나오는 명대사를 들어보자!

You are all individuals!

“우리 모두는 (대중이 아닌) 개인이며 우리 모두는 서로 다른 관심사를 가지고 있다!(의역)”

서로 다른 소비자에게 서로 다른 선별이 제공되어야 한다. 제작과 유통에 거대한 비용이 필요한 종이신문에서 개인화 서비스는 불가능하다. 종이신문에서 소비자 한 명 한 명을 위한 차별적인 선별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온라인이 이를 가능케한다. 그러나 언론사 및 방송사의 트위터 및 페이스북 계정을 보라! 종이신문의 선별 방식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구별되지 않는 대중이 그들의 영원한 소비자일 뿐이다. 자신의 생산물에만 독자를 묶어 놓으려는 낡은 선별방식은 그러나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기자 외에도 정보를 선별하는 기획자는 넘쳐난다. 바로 우리의 친구, 우리의 동료, 그리고 우리 자신이 이야기 기획자다. “너도 그 소식 들었니?”, “그 소식을 아직도 몰라?”  이러한 문장은 우리들 일상의 표현이다. 어디에 맛있는 식당이 있는지, 치과는 어디가 믿을만한지, 자동차는 어디서 어떻게 구입하는 것이 좋은지, 모 회사의 주식을 구입하는 것이 좋은지, 직장인 야구는 어디가 잘하는지 등을 물어보면 전문가 다운 답변을 할 친구와 지인을 어렵지 않게 주변에서 또는 몇 다리 건너 찾을 수 있다.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가 이러한 일상의 질문과 답변이 흐르는 구조를 변화시켰다. 트위터의 대다수 트윗이 담고 있는 내용은 “이걸 봐! 너에게도 재미있을거야!”, “이걸 봐! 너도 관심이 있을거야!”, “이걸 봐! 네가 찾던 거야!” 등 이다. 관심있는 블로그를 RSS리더로 구독하는 것, 바로 개인화 서비스의 시작이었다. 뉴스 개인화 시장이 아직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아이패드의 Flipboard, Zite, Pulse 등을 사용해 보지 못한 것이다.

관심사가 유사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조직하는 것 또는 이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기자가 함께하는 것에서 ‘기획자(curator)’의 일은 시작된다. 2009년 영국 가디언은 50만 개가 넘는 국회의원 월급 사용처 자료를 1차로 검토할 커뮤니티를 구성하였다. 독일의 한 커뮤니티는 차기 총리로 유력했던 국방부 장관의 박사 논문을 한 문장 한 문장 뜯어 보며 다른 논문을 베끼지 않았는지를 검토하였다. 이 과정에 다수 언론사 기자들이 커뮤니티 일원으로 참여하였고 협업을 통한 조사와 새로운 뉴스 유통구조를 창출하였다(관련 사이트 보기). (그 결과 독일 국방부 장관은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자사 이기주의를 벗어난 기자의 네트워크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결합하며 서로 보완하며 힘을 발휘할 때 관련 기사의 유통 또한 가능해진다. 구별된 관심사를 가진 온라인 커뮤니티와 협업 및 네트워크를 통해 기사를 선별하고, 유통하는 것이 (미래) 기자의 핵심과제다.

 

5.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저널리즘 비즈니스 모델 가능하다.

종이신문의 생산구조 및 유통구조을 함께 먹여살릴 수 있는 온라인 저널리즘 비즈니스 모델은 세상 어디에도 없고 그리고 없을 것이다. 온라인 저널리즘 비즈니스 모델은 종이신문과 결별할 때 비로소 작동할 수 있다. (종이신문과 합산된) 매출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온라인 저널리즘의 재원을 담당하고 남는) 이윤의 크기가 중요하다.

온라인 저널리즘 비즈니스 모델은 첫째 공급자 관점을 버리고 철저히 소비자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독일 10대 및 20대 여성 뉴스 및 블로그 커뮤니티 Les Mads와 하이퍼로컬 뉴스서비스 Altona처럼 ‘수직 커뮤니티(참조보기)’에서 수익원을 찾을 수 있다. 소비자 커뮤니티를 뉴스사이트 내부에 구성할 필요는 없다. 그들이 있는 곳에 찾아가서 협력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다양한 복수의 재원을 찾고, 이를 확장하고 그리고 이를 구현할 기술적 혁신능력을 스스로 갖춰야 한다. 광고 효과를 높이고 광고 타겟을 정밀화하는 기술, 지역 광고에 대한 새로운 접근 등이 필요하다. 또는 소셜 지불체계 플래터(Flattr)를 통한 새로운 수입구조도 유효하다-독일 진보언론 TAZ가 관련 사례에 속한다-.

(다양한 온라인 뉴스 비즈니스 모델은 CUNY의 자료를 참조하시길!)

셋째 링크(link)를 통한 협력 모델은 비용 절감과 성장의 동력이다. 월드와이드웹의 핵심은 ‘연결/링크’에 있다. 열린 뉴스 네트워크가 점점 커질 수록 직접 생산할 필요가 없는 뉴스/기사의 양이 증가한다. 모든 범주의 기사를 써야한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전문성을 특화하고 나머지는 링크로 해결해야한다. 재프 자비스의 “Do what you do best and link to the rest!” 명제는 전체 온라인 뉴스 생태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비법이다.

온라인 저널리즘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 그리고 온라인 저널리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하고 실험하는 것! 결코 늦지 않았다. 기자는 돈과 권력에 의해 감춰진 진실을 찾아 헤매던 이들이기에, 기자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실험 또한 넉넉하게 담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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